불분권 1책. 필사본. 국한문혼용으로 된 이 책은 전라도 고부군 궁동면 석지리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살았던 필자가 73세 되던 해에 쓴 회고록인 박씨정기역사(朴氏定基歷事)와 고조선부터 조선까지의 역사를 개괄하는 조선개국역년사(朝鮮開國歷年史)와 백두산 등 각지의 유람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표지 등에는 유전(遺傳), 소설(小說)이라고 쓰여 있지만, 허구와 상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특히 박씨정기역사는 필자가 직접 보고 들은 전봉준과 고부민요(古阜民擾), 그리고 동학농민전쟁에 관련된 사실을 싣고 있다. 역사는 자신이 살았던 마을이름, 조상의 지위와 재산, 부친의 식목사업을 기술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어 가까운 조상의 생애, 자신의 잉태와 해산 경위를 밝히고, 8살 때인 1886년 천자문을 배우러 조소리 서당에 입학하였는데, 훈장은 ‘동학대장 전녹두 선생’이었다 한다. 1890년 겨울까지 여기에서 통감(通鑑) 첫권을 배운 뒤, 13살 때에는 말목서당으로 옮겨 사서삼경을 읽었다.
이러한 기록은 전봉준의 행적과 관련한 중요한 자료이지만 50여 년이 지난 다음에 쓴 회고이기 때문에 그 탠 카지노이 꼭 정확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그리고 고부민요가 일어나던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회상하고 있어, 1888년 대흉년의 참상과 그가 겪은 고초를 통해서 당시 연속된 흉년이 가한 충격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