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6월 『문학예술(文學藝術)』에 발표하였다.
주인공 김명학(金明學)은 일제강점기에 공고 기계과(工高機械科)를 나와서 인쇄소의 기사장이 되었다. 그는 성실하게 일하여 회사에서 신임을 얻고 있었으나, 공장의 모터기계들은 사흘이 멀다하고 고장만 일으킨다. 그래서 회사 간부들은 그의 기술을 믿지 않게 되며, 결국 사전에 고장날 것을 모른다는 핑계를 이유로 권고 사직을 당하게 된다.
그는 동창생과 함께 울분의 술을 마시고 나서 상도동 자기 집으로 돌아온다. 버스 종점에서 내린 그는 자기 집을 향해 걸어가다가, 자기집과 거의 같은 집을 자기집으로 오인하고 골목길을 잘못 찾아든다. 미국인과 카지노 가입머니여자가 사는 213호 집을 자기 집인 줄 착각하고 들어가 봉변을 당하게 된다. 드디어는 도둑으로 오인당해 지서로, 경찰서로, 유치장 신세까지 지게 된다.
이튿날 아내와 같이 경찰서를 나와 자기 집에 돌아온 김명학은 대문에서 현관까지 디딤돌을 놓고, 부엌에서 식칼을 들고 나와 현관문에 빨래판 모양의 표시를 해 놓는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몇 번이고 디딤돌을 걸어보고 현관문을 더듬어 보곤 한다는 내용이다.
작자는 비정적인 현대 기계문명 속의 소외된 인간의 비극을 김명학을 통해 그린 것이다. 기계문명에 의한 메카니즘의 횡포를 신랄하게 비판함으로써 기계문명 속에 사는 인간의 허망함을 부각시켰던 것이다. 작자는 이 작품으로 현대문학 신인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