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유고』는 조선 후기부터 근대 개항기까지 생존한 학자 화교 조봉묵의 시문을 엮은 문집이다. 전라남도 화순 출신의 저자가 거주지 주변의 천일대(天日臺)와 무등산(無等山) 등을 유람하며 지은 글을 통해 당시 천일대와 무등산의 풍경을 가늠해 보고, 개항기 유학자의 시장 경제 등에 대한 생각을 살펴보기에 적당한 문집이다.
1920년 저자의 손자 조백순 등의 편집을 거쳐 간행되었다. 권두에양진영(梁進永)의 서문, 권말에 조백순의 발문이 있다.
권1에는 시 226수가 수록되어 있다. 권2는잡저(雜著)로 서(序)14편,기(記)6편,서(書)2편,설(說)2편, 해(解) 2편,제문(祭文)2편,전(傳)1편,부(賦)1편,찬(贊)1편, 기타 3편이 있다. 권3·4는 부록(附錄)으로, 유사록(遺事錄),행장(行狀), 효행찬(孝行贊), 삼효사(三孝祠), 수창시(酬唱詩) 70수, 삼효사기(三孝祠記) 등이 수록되어 있다.
시는 단아하고 진중해 탈속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형식에 따라 5언절구, 7언절구, 5언율시, 7언율시로 이루어져 있는데, 7언율시가 주를 이룬다. 이 가운데에는 「투춘(偸春)」 등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자연물이나 계절의 변화를 서정적으로 읊은 것이 많다. 「유금석정(遊錦石亭)」 · 「해월산(海月山)」 · 「금오산(金鰲山)」과 같은 기행시도 다수 실려 있다. 「팔로시(八老詩)」는 늙은 재상 · 장군 · 유학자 · 협객 · 의원 · 승려 · 농부 · 기생 등의 제각기 다른 노후 생활을 담담하게 그린 작품이다. 노농(老農)의 경우 “농사짓기의 교묘함을 늙어서야 알았도다/ 수시로 논을 갈고 모내어 때를 놓치지 않으니/ 가을에 수확하여 한해가 여유롭다/ 항상 어린아이를 따라 바쁘기가 그지없다.”라고 하였다.
서(序)에는 동갑계(同甲契)를 다룬 「갑계안서(甲契案序)」 등 계안과 관련한 서가 다수 있다.
기 가운데 「유무등산기(遊無等山記)」는 저자가 20세 때 유람한무등산의 풍광과 함께 승려와 교유하는 저자의불교교리에 대한 이해를 쓰고 있어, 저자의 사상적 영역이 넓었음을 엿볼 수 있다.
서(書) 가운데 「기중제서(寄仲弟書)」는 둘째 아우에게 독서를 권면하며 학문에 대해 논한 내용이고, 「기완계유원영서(寄完溪柳元英書)」는 지난해 가을 유원영에 보낸 편지에 대한 답을 받지 못해 걱정하는 마음을 전하고, 유원영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저자가 지은 시를 보낸다는 내용이다.
설 가운데 「학가설(學稼說)」에서는 성리설과 시문에 전념해 관직에 뜻을 두지 않고 자적(自適)하는 필자의 생활을 논하고 있다.
해는 「우마논공해(牛馬論功解)」 등 중국의 고전을 읽고 난 뒤 저자의 감회를 논한 글이 상당수 실려 있다.
제문은 2편이 있는데, 별도의 제목이 없는 1편은 1835년(헌종 1)에 사망한 둘째 아들의소상(小祥)을 맞이해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것이고, 나머지 1편은 1857년(철종 8)에 사망한 아내 오씨(吳氏)의 무덤을 1863년(철종 14)에 새로 조성한 후 애도하는 내용이다.
전(傳)으로 「공방전(孔方傳)」이 있는데, 엽전을 이르는 공방(孔方)의 일생을 의인화한 작품이다. 공간은 중국이고, 시간적 배경은 진(秦), 금(金), 당(唐), 송(宋)이며, 등장인물은 국왕부터 시장 상인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인물이 등장한다. 조선 후기 상업경제에 대한 인간의 변모 양상을 풍자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부(賦)에는 「천대부(天臺賦)」가 있는데, 1835년 9월 16일, 화은(華隱)이라는 인물과 함께 전라남도 화순에 있는 천일대(天日臺)에 가서 본 풍경과 노니는 즐거움을 읊은 것이다.
찬(贊)은 「문방사우찬(文房四友贊)」으로 종이는 저선생(楮先生), 붓은 관성자(管城子), 벼루는 도홍(陶弘), 먹은 진현(陳玄)으로 찬한 것이다.
부록에는 재종손 조봉순(曺琫淳)의 유사록, 고광선(高光善)의 행장, 윤정의(尹正儀)의 효행찬, 저자의 아버지와 아들까지 3대의 효행을 기려 세운 삼효사에 관한 글 8편, 저자와 수창한 문인들의 시 70수,정만조(鄭萬朝)가 짓고 송지헌(宋之憲)이 쓴 삼효사기 등이 있다.
전라도 출신의 학자가 남긴 문집인 만큼 전라도 지역의 무등산, 천일대 등의 당시 풍경을 가늠해 볼 수 있고, 조선 후기의 상업 경제에 대한 유학자의 혜안 등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