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칩 기상도 (氣象圖)

시집 『기상도』는김기림이 1935년에 발표했던 장시(長詩) 「기상도(氣象圖)」를 독립된 한 권의 시집으로 발간한 작품집이다. 시집의 표지에 장시임을 명시하여 1936년 창문사(彰文社)에서 처음 단행본으로 출판되었고, 1948년 산호장(珊瑚莊)에서 초간본의 체재와 구성, 소제목 등을 유지한 상태로 재판이 발간되었다.

시집은 서문이나 발문 없이 ‘세계(世界)의 아츰’, ‘시민행렬(市民行列)’, ‘태풍(颱風)의 기침(起寢) 시간(時間)’, ‘자최’, ‘병(病)든 풍경(風景)’, ‘올배미의 주문(呪文)’, ‘쇠바퀴의 노래’ 등 소제목을 붙인 7개의 부로 구성되었고, 분량은 소제목을 포함하여 426행이다. ‘기상도’라는 제목처럼 이 작품은 서구 제국주의의 파괴적 욕망의 팽창과 식민지 침탈, 이에 따른 카지노 칩 문명 전반이 겪는 혼란의 과정을, ‘태풍’의 발생과 이동, 그리고 소멸에 따른 시공간의 기상 변화에 비유하여 그리고 있다.

1부 ‘세계의 아츰’은 카지노 칩 문명의 상징 공간으로 항구 도시의 풍경이 경쾌하게 그려져 있고 2부 ‘시민행렬’에서는 세계 시민들의 일상적 삶에 내재한 제국과 식민지, 백인과 흑인 등의 불평등의 문제가 풍자적으로 서술되고 있다. 3부 ‘태풍의 기침 시간’에서부터 5부 ‘병든 풍경’까지는 거대한 태풍이 중국 대륙으로 북상하여 서구 자본주의와 카지노 칩 문명이 만들어 놓은 아시아 주요 도시를 휩쓸고 지나간 풍경이 그려진다. 6부 ‘올배미의 주문’은 태풍에 의해 무너진 현실 위에서 카지노 칩의 허상을 깨닫는 화자의 모습과 지혜와 성찰을 상징하는 올빼미를 부르는 절박한 심정이 나타나 있다. 7부 ‘쇠바퀴의 노래’에서는 폭풍 경보가 해제되고, 파괴적인 태풍과 대비되는 생명력 넘치는 ‘태양’을 내세우면서 새로운 역사의 쇠바퀴를 굴리자는 희망의 메시지가 서술되어 있다.

장시 「기상도」는 김기림이 1935년 5월과 8월 잡지『중앙』에 2회, 이어 지면을『삼천리』로 옮겨 같은 해 11월과 12월에 2회, 총 4회에 걸쳐 ‘장시’임을 밝히고 발표한 작품이다. 김기림은 작품 연재를 시작하면서 「기상도」를 한 개의 현대 교향악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현대 문명의 모든 면을 다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이런 의도는 단행본 시집으로 출간하면서 형식적, 주제적으로 보다 완성되어 카지노 칩 문명 사회의 특징은 물론 문제점과 파국까지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재현되었다. 『기상도』의 형식과 구성 등은 영국의모더니즘시인 엘리엇(T.S. Eliot)의 『황무지』와 비교 연구되어 왔는데, 최근에는 괴테의 『파우스트』와의 비교 연구도 진행되었다.

『기상도』에서 주목할 만한 시적 방법론으로는 풍자와 몽타주 기법을 들 수 있는데, 김기림은 화려한 카지노 칩 문명의 양상을 영화의 몽타주처럼 한 장면씩 제시하면서 그 이면에 놓인 폭력성과 야만성 등을 풍자적 방식으로 묘사한다. 『기상도』가 다루는 서구 제국주의와 카지노 칩 문명의 문제는 당시 식민지 조선의 현실과 관련된 문제라는 점에서 일정한 역사적, 문학사적 의의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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