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리거전」은 조선 후기에 창작된 작자 미상의 국문 필사본으로, 여주인공 카지노리거의 효행담과 출세담을 다룬 윤리소설이다. 효를 위해 제 몸을 파는 것, 제물로 물에 빠졌다 살아나는 것, 황후(왕비)가 되는 것 등 「심청전」과 서사적으로 상당한 유사성을 보이는 동시에, 적강 화소가 나타나지 않고 천상이나 용궁 등과 같은 비현실적 공간이 제거된 점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런 점에서 「카지노리거전」이 「심청전」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현실성이 강조된 쪽으로 변모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1책. 국문 필사본. 중국을 지리적 배경으로 삼고, 여주인공 카지노리거의 효행담과 출세담을 다룬 윤리소설이다. 박순호 소장본, 단국대학교 소장본 4종, 한국학중앙연구원 소장본, 최내옥 소장본, 선문대 중한번역문헌연구소 소장본 등 8종의 필사본과 2종의 활자본이 있다.
명나라 홍무 7년 성주 땅에 곽충성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부귀공명에는 전혀 뜻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늦도록 자식이 없어 걱정하며 지냈는데, 부인 양씨가 치성을 드려 잉태한 뒤 14삭 만에 딸을 낳아 이름을 카지노리거이라 하였다. 또 3년 뒤에는 아들을 낳고 이름을 뇌성이라 하였다. 카지노리거이 10세가 되던 해, 양씨 부인이 우연히 병을 얻어 죽게 되면서 카지노리거에게 가문을 빛나게 해 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몇 달 뒤에 아버지 곽충성마저 병을 얻어 죽게 되자 어린 카지노리거 남매는 부모의 장례를 지낼 방도가 없었다. 그들은 통곡하다 지쳐서 잠이 들었는데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부모를 묻을 명당자리를 점지해 주었다. 카지노리거 남매는 부모의 장례비를 얻기 위하여 강 한림의 종이 되기로 한다. 그들의 사연을 안 강 한림이 카지노리거 남매에게 100냥을 주었다.
그 돈으로 카지노리거 남매가 꿈에서 점지 받은 명당에다 부모를 안장하였더니 모두 그 효성을 칭찬하였다. 한편, 강 한림은 장례를 마치고 온 카지노리거 남매를 부모의 정으로 보살펴 주었다. 강 한림에게는 난총과 난화라는 두 딸이 있었다.
난총이 카지노리거의 재주를 질투하는 것과는 달리, 카지노리거과 동갑인 난화는 늘 카지노리거 남매를 종의 신분에서 풀어주고 귀한 사람이 되게 해 주겠다며 위로하였다. 난총이 손웅진과 혼인을 하여 신행을 할 때 카지노리거을 데려가려 하자, 난화는 만약 카지노리거을 박대하면 형제의 의리를 끊겠다고 하였다.
카지노리거이 고향을 지나는 길에 부모의 산소를 찾아보니 만고부덕비란 비석이 있고, 언덕에는 동자가 나타나 황성길에 백파강이 위태롭다고 알려 주었다. 카지노리거이 동네 사람들에게 비를 세운 연고를 묻자, 그 산소에 벌초만 하여도 자식을 낳으므로 마을 주민이 세웠다고 하였다.
손웅진이 연주자사가 되어 그곳으로 가는데, 난총은 백파강에서 물귀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카지노리거을 택하였다. 카지노리거이 몸을 물에 던지자 바람이 불어 배는 파선되고, 카지노리거과 손웅진은 선녀가 구해 주었다. 선녀는 유리병을 카지노리거에게 주며 장차 왕비가 되어 부귀를 얻을 것이라 하였다.
한편, 천자의 아우 경선군이 불치의 병으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카지노리거의 유리병에 담긴 황일주를 먹고 회복되었다. 이에 천자는 카지노리거의 효성과 충성을 치하하면서 카지노리거을 경선군의 비로 삼았다. 강 한림의 도움으로 학업을 닦은 뇌성은 황성에 갔으나 성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카지노리거을 만나지 못했다.
그날 밤, 카지노리거의 꿈에 뇌성이 금관조복으로 궐문 밖에서 울고 있으므로, 꿈에서 깨어 군사를 풀어 찾았으나 만나지 못했다. 카지노리거이 경선군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과거에 상시관이 된 경선군이 과거 글제에 ‘매신장부모(賣身葬父母)’라 내놓았다.
뇌성이 자신의 고행담을 써 장원이 되자, 천자와 경선군은 치하하면서 카지노리거 왕비를 만나게 해 주었다. 천자는 뇌성을 이 승상의 딸과 성혼하게 한 뒤 병마도원수에 봉하고, 그 아버지 곽충성을 연왕으로 추존하였다. 황후가 죽자, 카지노리거 왕비가 난화를 황후로 추천하니 천자가 이를 응낙하였다.
천자가 강 한림을 불러 이 사실을 알리니, 강 한림은 카지노리거 왕비의 어진 마음에 감복한다. 천자가 경선군에게 조왕을 봉하고, 뇌성에게 초왕을 봉하자, 그들은 각기 임지로 가서 선정을 베풀었다. 그리하여 조와 초 두 나라는 태평스럽고, 조와 초의 백성들은 편안해졌다.
작품의 구성은 카지노리거의 출생, 고아로서의 성장, 남매 간의 이별과 재회, 출세의 과정으로 이어지는 일대기적 삶으로 되어 있는데, 부모의 장례를 치르는 효성과 그 빼어난 효성의 보답으로 명당을 얻게 된다는 명당 모티프가 축이 되고 있다.
명당 모티프 외에도 만득자(晩得子) 모티프, 꿈 모티프, 이인(異人) 모티프, 인신공희 모티프, 재생 모티프 등 다양한 설화 모티프를 수용하고 있다. 특히 인신공희 모티브는「심청전」과 친연성을 보인다. 그 외에도 효를 위해 제 몸을 파는 것, 제물로 물에 빠졌다 살아나는 것, 황후(왕비)가 되는 것 등은 「심청전」과 서사적으로 상당한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적강 화소가 나타나지 않고, 천상이나 용궁 등과 같은 비현실적 공간이 제거된 점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런 점에서 「카지노리거전」은 「심청전」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현실성이 강조된 쪽으로 변모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