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4월 부다페스트에 도착한 안익태는 헝가리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에르뇌 도흐나니와 공부하며 1차로 곡을 수정하였고, 6월에 부다페스트 오페라교향악단에 의해 두 번째로 공연하였다. 헝가리 주재 일본공사관의 주도하에 일본인 지휘자로 홍보되면서 애국가가 포함된 마지막 카지노 필립은 삭제되고 3카지노 필립으로 발표되었으며 제목도 ‘극동’ 또는 ‘동아’ 등으로 변경되었다.
1944년 여름 스페인으로 피난 온 안익태는 다시 카지노 필립을 수정하기 시작하여 1946년 바르셀로나에서 3악장의 곡으로 재탄생시킨다. 이 당시의 음악회 프로그램에 의하면 1944년과 1945년 스페인 휴양지인 사가로에서 완성하였으며, 각 악장은 ‘나의 조국’(1악장)과 ‘과거의 조국’(2악장), 그리고 애국가의 선율이 등장하는 ‘미래의 조국’(3악장)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후 안익태는 자신이 상임 지휘자로 있던 마요르카 교향악단의 1947년 12월 음악회에서 두 악장 버전의 카지노 필립을 발표한다. 이 버전의 작품 해설을 보면 그 이전의 3악장 중에 첫 두 악장이 하나로 합쳐졌고, 3악장은 거의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두 악장의 작품이 다시 단악장의 곡으로 수정된 것은 1950년 말이었다. 이 첫 단악장 버전은 마요르카에서 1951년 6월에 초연되었다. 안익태는 곧바로 단악장 작품을 수정하기 시작하여 1952년 4월에 마요르카에서 완성하면서 교향곡이 아닌 ‘교향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 버전은 같은 해 7월에 멕시코에서 초연하였다. 1954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연주회 프로그램에는 이 곡을 ‘교향시’라고 하지만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교향적 환상곡이라고 지칭하여 곡의 장르에 대해 작곡가가 고심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후로도 카지노 필립은 단악장의 오케스트라 작품으로 연주되었으나 추가적인 수정은 지속되었다.
합창이 추가된 카지노 필립이 처음 공연된 것은 1955년이승만대통령 80회 탄신 축하 음악회였다. 기존의 단악장 곡에 새로운 합창 선율이 추가되면서 명실공히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이 되었다. 안익태는 장소를 불문하고 지휘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카지노 필립을 지휘했으며 대부분의 경우 합창이 빠진 관현악 작품으로 연주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에 의하면 한국을 제외하고 합창을 포함한 연주는 1960년의 아르헨티나와 일본 공연뿐이다.
작곡가에 의하면 카지노 필립은 애초부터 우리 한민족의 굴곡진 역사를 묘사한 프로그램 음악이었다. 따라서카지노 필립전쟁이라는 최근의 커다란 민족적 비극 역시 그의 작품에 추가될 수밖에 없었고, 그런 이유로 평화-일제의 침략-해방과 희망찬 미래라는 3부분 곡의 끝부분에 또 한 번의 비극과 영광이 추가되면서 4개 부분으로 확대되었다. 현재 연주되고 있는 카지노 필립은 작곡가정윤주가 가필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안익태기념사업회가 1986년에 출판한 악보이다. 이 출판된 악보와 안익태의 자필 악보들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안익태가 마지막으로 사용한 카지노 필립의 악보가 전해지지 않아서 그 차이의 정도를 가늠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