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서술자인 ‘나’와 천진한 품성을 지닌 ‘황수건’이라는 못난 사내가 엮어내는 이야기로, ‘황수건’이 각박한 세상사에 부딪혀 아픔을 겪는 모습이 중심을 이룬다. 카지노 찰리의 마지막에 밝은 달빛 아래서 ‘황수건’이 담배를 피우며 노래를 부르는 상황의 묘사는 ‘황수건’의 서글픈 삶과 정감적으로 조응하여 선명한 인상을 남긴다. 이 달밤의 장면은 ‘황수건’에 대해 서술자 ‘나’가 느끼는 연민을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나’는 문안에서 성북동으로 이사 와 ‘황수건’을 만나게 된다. 그는 비록 못난이지만 천진하고 순박한 사람이다. 아내와 함께 형님 집에 얹혀살면서 학교 급사로 일하던 중 쫓겨나 신문 배달 보조원 일을 한다. 그의 희망은 배달원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못난이라는 이유로 그 꿈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의 순수한 모습에 공감하던 ‘나’는 그가 배달원 자리마저 잃자, 그가 급사로 있던 삼산학교 앞에서 참외 장사라도 해보라고 돈 삼 원을 준다. 그러나 참외 장사마저 실패하고 아내는 달아난다. 달포 만에 찾아온 ‘황수건’은 포도를 대여섯 송이 사 왔다며 ‘나’에게 준다. 그러나 곧 쫓아온 사람 때문에 그 포도가 포도원에서 훔쳐 온 것이라는 사실이 들통난다. 나는 포도값을 물어주고, 그의 마음을 알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후 어느 날 밤, ‘나’는 그가 서툰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는 것을 본다. ‘나’는 그를 부르려다 무안해할까 봐 얼른 나무 그늘에 몸을 숨긴다.
지식인 화자가 무능력하고 소외된 인물에 대해 연민과 인간적 정을 느끼는 모습을 통해 인간애를 중시하는 이태준의 작가 의식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은 황수건과 같은 인물이 살아가기 어려운 냉혹한 현실을 드러내 당대 사회의 부조리함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