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연 15행의 자유시이다.김광균의 1938년『조선일보』신춘문예 당선작으로 1월 8일 자에 처음 발표된 후, 1939년 8월 남만서점에서 간행된 제1시집『와사등(瓦斯燈)』에 실렸다. 묘사가 주로 사용되고 있는 전반부는 2행 1연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주관적 정서가 강하게 드러나는 후반부에 와서는 각 연의 행이 더 많아지는 구성적 특성을 보인다.
눈 내리는 밤의 고적한 풍경을 감각적인 비유와 짧은 리듬의 변화적 배치를 통해 서정적으로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지금 내리는 눈을 과거의 서글픈 추억을 환기하는 매개체로 활용하고 있다. 그 정황은 “먼-곳의 그리운 소식”, “서글픈 옛 자쵠양”, “잃어진 추억의 조각”, “싸늘한 추회”, “내 슬픔”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시구에서 잘 확인된다. 예시한 시구들은 이 작품이 이미지즘 기법을 적극 활용하여 세련된 도시적 감각과 전통의 서정적 요소를 절묘하게 조화시켰음을 알게 한다. 또한 눈이 내리고 쌓이는 소리를 시공간의 격차가 크나큰 “먼- 곳”의 여인이 “옷 벗는 소리”에 비유함으로써 미적 충격과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김광균의 중요한 시적 특징인 시각적인 표현이 이 작품에서는 많이 사용되지 않고 있다. 눈을 “먼-곳의 그리운 소식”, “추억의 조각”과 같은 감정 상황에 견주거나 눈 내리는 미세한 소리를 “먼-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라는 청각적 심상으로 비유한 것 등은 시각에 편향된 이미지즘의 한계를 시인 스스로가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 결과 어조에 있어서도 신문 기사와 같은 무표정한 3인칭 객관적 화자의 말투가 아니라, “흩날리느뇨”, “설레이느뇨”처럼 시적 화자의 주관을 반영한 말투가 사용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시 후반부의 ‘추억’, ‘추회’, ‘슬픔’과 같이 주관적 정서와 밀접한 관련을 지니는 시어들에서 절정에 이른다. 이런 추상적이고도 모호한 시어의 사용은 주관적 정서를 억제하고 객관적인 전달을 중시하는 이미지즘에서 금기 사항에 속한다. 이는 시인이 이미지즘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방식으로 소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는 눈 오는 밤 풍경과 같은 전통적인 소재를 새로운 감각으로 다루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렇지만 ‘추억’과 ‘슬픔’의 모호성은 당대의 현실과 관련된 정확한 감정과 생활의 결을 억제하는 작용도 한다. 이 때문에 ‘정화된 슬픔’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눈’은 과거의 구체적 경험이나 현실을 입체적으로 환기하지 못한다. 이와 같은 한계는 ‘눈’이 암시하는 서글픈 추억에 대한 추상적 성격을 강화하는 약점을 낳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 작품은 이미지즘 기법을 자기 방식으로 내면화하여 전통적인 소재를 새로운 감각으로 형상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시인은 이를 통해 세계에 대한 감각적 인식과 표현에서 카지노 가입머니어가 가닿을 수 있는 한 극점과 가능성을 뛰어나게 보여주었다. 이러한 문학사적 의의 때문에 「설야」는 이미지즘 방식으로 점철된「외인촌」· 「데상」 등과 비교해 볼 때, ‘카지노 가입머니적인 것’의 감각적 인식과 표현에 성공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미적 평가와 문학적 가치를 오랫동안 잃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