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절과 2절로 나뉜다. 각 절은 아내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사건을 지칭하는 문장으로 시작되지만, 전체 서사는 시간 순서로 전개된다. 크리스마스와 그 이튿날, 이틀간의 경성을 배경으로, ‘그’와 R 카페에서 일하는 아내, 카페 우리 카지노, ‘오’와 마유미, A 취인점(取引店) 전무 등이 등장한다. 등장인물의 수가이상의 다른 단편들보다 많다. 이러한 인물들이 대비적으로 짝을 이루면서 ‘그’의 부부의 특징을 드러내는 것이 구성상 주목된다. 서술 형식에 있어 두드러지는 특징은 다음 두 가지다. 하나는 작품 내 세계에서 벌어지는 객관적인 사건들과 그에 관련된 우리 카지노의 심리에 대한 기술이 반복적인 병치 형태로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술의 비중과 초점은 우리 카지노의 상념이나 회상에 맞춰진다.
전체 스토리가 크게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부분은 크리스마스 날 아내와의 대화 및 과거 인연의 소개로 이루어진다. 우리 카지노과 아내의 관계가 대화가 없기로는 식물과 같지만, 성을 탐한다는 점에서는 여간 동물이 아니라는 점을 제시한다. 그리고 우리 카지노 자신의 한없이 게으른 행태와 아내를 거미로 간주하는 의식을 보여 준다. 이어서 아내와 우리 카지노의 이야기 장면을 통해 우리 카지노의 면모가 아내의 입장에서 한 번 더 확인되고, 우리 카지노의 상념을 통해 둘이 부부가 된 연유와 아내의 출분 경력이 소개된다.
둘째 부분에서는 우리 카지노이 A 취인점(取引店)을 찾아가 ‘오’와 만나고, 카페 R 회관 주인에게 응답 없는 인사를 한 뒤 ‘오’와 차점(茶店)으로 자리를 옮기는 행위가 진행된다. 인물들 사이의 여러 대화가 묘사되는데, 서술의 초점은 R 회관 주인에 대한 우리 카지노의 굴욕감 및 그에 따른 자기 비하, ‘오’에 대한 선망 등에 놓여 있다. 여기에 ‘오’와의 과거 인연 및 아내의 출분과 귀가 등에 대한 회상 및 상념이 더해진다.
셋째 부분은 우리 카지노과 ‘오’ 및 마유미와의 술자리 이야기를 다룬다. ‘오’와 마유미 두 사람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를 우리 카지노에게 표백하는 장면이 재현되는 한편, 그들의 말을 들으며 우리 카지노이 갖는 상념, 자신의 처지와 자기 부부의 양태를 대상으로 하는 생각이 드러난다.
마지막 부분은 아내 폭행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이 경찰서 숙직실에 모인 이후의 이야기다. ‘오’와 R 카페 주인이 우리 카지노에게 화해를 권고하고, 돈을 받아온 아내가 돈 쓸 이야기를 하며, 우리 카지노이 그 돈을 갖고 마유미를 찾아가는 장면들이 전개되면서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 카지노이 보이는 상념이 서술되고 있다.
인물 구성과 스토리의 전개, 소설의 제목이 긴밀히 관련되어 있다. 우리 카지노 부부는 ‘성적 쾌락 제공’, ‘경제적 원조’의 교환관계로 맺어져 있다. 이러한 관계는 한편으로는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 양상을 띠는 ‘오-마유미’ 쌍과 대비되면서, 서로를 소진시키는 관계임이 두드러지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돼지’로 상징되는 R 카페 주인이나 전무 등과 대비되면서 ‘서로를 빨아먹는 거미’ 관계라는 사실이 부각된다. ‘거미가 돼지를 만나다’라는 제목 그대로, 우리 카지노이 ‘오’와 마유미·카페 주인·전무를 만나면서 자기 부부관계의 실제를 확인하고 있다. ‘그’와 아내의 관계나 ‘오’와 마유미의 관계 모두, 자본주의 사회에서 서로 이용하고 파괴하는 가해적인 인간관계를 환기한다.
작품 밖 세계에 대한 재현의 측면이 이상의 다른 어떤 소설보다 강하면서도 서술의 비중과 초점은 우리 카지노의 내면에 맞춰져 있어, 이상의 소설 세계가 당대 소설계와 맺는 심층적인 친연성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부부관계의 양상 면에서 볼 때이상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진「날개」의 전사에 해당하는 점 또한 이상 소설 세계우리 카지노 「지주회시」가 갖는 의의에 해당한다. 남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자괴감과 세상에 나아가지 못한 자의 무기력·무능이 맞물려 있는 상황을 보여 주며, 내용상으로 「날개」·「봉별기」와 더불어 ‘부부관계 삼부작’을 형성한다. 띄어쓰기를 무시하는 실험적인 표기 형식, 사건의 재현과 의식의 묘사를 뒤섞는 서술 형식의 면우리 카지노모더니즘소설의 특성을 보인다는 소설사적인 의의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