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자인 나는 하숙방으로 돌아온 직후 자신이 아끼던 물건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트랜지스터 라디오와 사전을 멋대로 집어간 사람은 최근 들어 부쩍 기행을 일삼는 친구 ‘그’였다. 그는 궁핍한 가정 형편 속에서 S대학 천카지노 게임과를 다닌 시골 출신 고학생으로 홀어머니의 죽음 이후에는 더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린다. 졸업 뒤에는 직장 생활을 하다 갑자기 항성 천카지노 게임을 공부하기 위해 영국으로 떠났고 또 학위를 마치지도 않은 채 느닷없이 귀국을 통보해 와 친구들을 당혹스럽게 만든 인물이다. 그의 불우한 사정과 고독한 심경을 잘 아는 나는 한때 자신이 사귀었던 여성 진이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그를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보면서도 개입하지는 않는다.
다시 영국으로 가겠다는 그의 통보에 나는 친구들에게 연락해 환송회를 위한 저녁 모임을 마련한다. 하지만 약속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그는 나를 택시에 태워 한강변으로 향한다. 그는 재출국은 거짓말이고 이곳에 온 이유는 나에게 별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며 망원경을 꺼낸다. 그 망원경은 어느 날 두 사람이 밤거리를 걷다 ‘별을 보여드립니다’라는 문구를 써 놓고 망원경을 파는 어떤 이에게서 충동적으로 구입한 것이다. 한강에서 뱃놀이를 하던 중 남자 친구는 자살하고 혼자 살아남은 어느 여성의 하소연을 들은 후에, 그는 장례식을 치르자며 배를 빌려 타고 한강으로 나가 아끼던 망원경을 물속으로 떨어뜨린다.
「별을 보여드립니다」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도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한 청년의 우울한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그의 불만 섞인 고백대로, 나를 비롯한 주변의 친구들은 그의 딱한 처지를 알면서도 진심으로 위로하거나 공감하지 않는다. 유학을 떠나기 전 여자 친구에게 갑자기 이별을 고한 것도 결별의 고통을 주거나 받지 않으려는 이유라고 할 때, 그러한 냉정한 태도야말로 실은 냉혹한 세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심리인 것이다.
그런데 소설 곳곳에서 언급된 “우방국 원수”는 실제로 1966년 1월 방한한 미국의 린든 B. 존슨(Lyndon Baines Johnson, 1908-1973) 대통령이다. 이를 위해 김포 공항부터 청와대까지 수많은 인파가 동원되었고, 카지노 게임인들의 열렬한 환영은 존슨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측 인사들을 감격하게 했다. 그런 맥락에서 그의 외로움은 다른 무엇보다 미국 대통령에 환호하는 서울 시민들의 행렬과 그 축제 분위기에 극명하게 대조되는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