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리거방기」는 1906년 필사된 작자 미상의 필사본 고소설이다. 가난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멸시를 당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서로를 격려하며 학업 성취를 위해 힘쓴 부부가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후, 자신들을 조롱한 가족을 용서하고 자비를 베푸는 아름다운 행실을 그린 소설이다. 1906년에 필사된 단편 고전소설집 『오옥기담(五玉奇談)』에 실려 있다.
호남 땅에 사는 정효사라는 소년이 일찍이 부모를 여읜 후, 집이 가난하여 김씨라는 귀인의 집에서 서사로 일하게 된다. 김씨는 그가 비범한 인물임을 알아보아 정생(정효사)을 넷째 딸 카지노리거의 배필로 삼는다. 권문세가로 출가한 카지노리거의 세 언니들은 아버지 김씨가 망령이 들어 빈한한 서생을 금지옥엽의 짝으로 정했다고 비웃는다. 김씨의 세 사위는 물론 노복까지 카지노리거 부부를 업신여기며 구박하지만, 카지노리거 부부는 개의치 않고 묵묵히 학업에만 열중한다. 오로지 김씨의 애첩 이씨만이 카지노리거이 장래에 귀하게 될 것이라 여기며 카지노리거 부부를 잘 대해 준다.
시간이 흘러 김씨가 죽자 가족들의 박대가 더 심해질 것을 감지한 카지노리거은 정생에게 황성으로 가서 학업에 힘쓰라고 제안한다. 황성 지인의 집에 의탁한 채 3년을 공부한 정생은 과거에 장원급제하여 한림학사직을 제수 받는다. 그 뒤 정생은 김씨 사후에 가세가 기울어진 처가의 논밭과 가재(家財)를 모두 사두었다가 장모의 회갑 때 되돌려주어 일가를 깜짝 놀라게 한다. 세 언니들은 카지노리거 부부를 박대하던 것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한다.
금의환향한 정생은 카지노리거을 데리고 황성으로 올라가 영화를 누리며 지낸다. 이때 정생의 맏동서가 큰 사건에 연루되어, 맏언니가 카지노리거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런데 카지노리거은 형제의 의리보다 국법이 중함을 말하며 이를 거절한다. 그러나 결국 맏동서는 정생의 도움으로 특사를 입게 되고, 이전에 정생 괄시했던 것을 다시 한번 반성한다. 이후 카지노리거은 서모 이씨를 친부모처럼 섬겨 사람들로부터 의리가 있다는 칭송을 받고, 정생은 가세가 기운 세 언니의 가정을 돌봐 주었으므로 어진 이름이 온 나라에 진동한다.
「카지노리거방기」를 포함한 『오옥기담』 수록 다섯 작품들은 동일한 필체로 면 구분 없이 연달아 필사되어 있으며, 남녀 사이에서 발생한 기이한 사건을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고, 고소설의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중 「카지노리거방기」는 카지노리거 부부의 고행담과 성공담을 엮은 작품이다. 카지노리거과 정효사 부부는 가난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멸시를 받지만, 출세한 뒤 그 멸시를 은혜로 갚는 아름다운 행동을 한다.
가난하고 미천한 사위가 가족들에게 구박받는 이야기는「신유복전」 · 「소대성전」등 여타의 고소설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카지노리거방기」는 사위박대담이 등장하는 다른 고소설과 달리 주인공의 무용담이 없고, 카지노리거과 계모 사이에 갈등이 없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혼인 문제를 통하여, 부귀와 안일을 도모하는 현실주의적 사고와 각고면려하는 정신적 이상주의를 대비시켜, 독자의 선택을 묻는 교훈적인 소설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