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령(濯靈)」은 세종 때회례악용도로 창제된『정대업』중 네 번째 곡으로, 12행으로 된 악보가『세조실록』권138에 전한다. 세조 9년종묘제례악으로 쓰기 위해 『정대업』을 개작할 때, 「탁령」 전반 6행과 후반 일부를 발췌하여「탁정(濯征)」의 곡을 만들고, 후반 7∼12행을 발췌하여「정세(靖世)」의 곡을 만들었다. 또한 중심음을 남려궁계면조에서 단3도 정도 높은 청황종궁(淸黃鐘宮) 계면조로 바꾸었다. 전승되는 과정에서 리듬이 변하고 음악을 연주하던 악대의 악기 편성에도 변화가 생겼다.
「탁령」 본래의 곡은 전승되지 않으나, 현재종묘제례의 아헌(亞獻)과 종헌(終獻) 때 연주하는 『정대업』의 세 번째 곡인「탁정」과 아홉 번째 곡인「정세」에 그 유음이 전해지고 있다.
노랫말은「선위」와 같이 태조의 부왕인환조(桓祖)의 무공을 기린 카지노 꽁으로 3언 12구의 한시로 되어 있다. 3언이 2구를 이루는 노랫말(악장)은 세종 때의『보태평』에는 없고, 『정대업』 15곡 중 「탁령」,「신정」, 「정세」, 「숙제」이상 4곡에만 있다. 「탁령」의 한시와 우리말 번역은 다음과 같다.
무유황 여뇌정 종비휴 우탁정(無維皇 如雷霆 從貔貅 于濯征) 위천혁 사기증 군추잠 분예청(威燀赫 士氣增 群醜熸 雰翳淸) 피구강 유아릉 공지대 수만령(彼舊彊 維我陵 功之大 垂萬齡)
무위가 위대하여 우뢰와 번갯불 같도다. 맹호같은 위세가 불길같이 활짝 풀어 소탕하니, 쳐부수는 위세가 불길같이 빛난지라. 군사들의 용기가 더욱 황성하였네. 더루운 기운이 일시에 사라지니, 옛땅 다시금 깨끗이 맑아졌네. 우리의 높은 공적 만세에 크게 남으오리.
「탁령」은 세종 때 회례악 용도로 창제된 『정대업』 중 한 곡으로 세조 때 「탁정」으로 변개(變改)되어 종묘제례에 쓰기 시작한 이래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는 역사성 깊은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