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력질」은 1970년 5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현대시학』에 연재되었을 뿐, 단행본으로 출간되지는 않았다. 이 시편들을 시집으로 묶었다면, 제7시집에 해당된다. 시집 간행의 순서에 따라 편성된 『박목월시전집』(서문당, 1984)에서는 제7시집 『사력질』을 제6시집 『어머니』와 제8시집 『무순(無順)』 사이에 배열하고 있다.
『사력질』은 「간밤의 페가사스」, 「회수(回首)」, 「양극(兩極)」, 「노대(露臺)에서」, 「잠결에」, 「어제의 바람」, 「강변사로(江邊四路)」, 「사력질」, 「돌」, 「평일시초」, 「소묘(素描)」, 「자갈돌」, 「눈썹」, 「한방울의 물」, 「볼일 없이」 등 46편의 시로 편성되어 있다. 이들 중 「사력질」, 「평일시초」, 「소묘」, 「눈썹」, 「돌」 등은 여러 편으로 구성된 연작시이다.
시집과 제목이 같은 「사력질」은 1부터 15까지 번호와 부제가 붙은 15편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1번 시에만 별도의 부제가 없고 나머지 시들의 부제는 각기 「얼굴」, 「액(額)」, 「시간(時間)」, 「봄」, 「몬스테리아」, 「맨발」, 「수국색(水菊色)」, 「회색(灰色)의 새」, 「오늘」, 「귤(橘)」, 「자갈빛」, 「여행중(旅行中)」, 「순색영원(純色永遠)」, 「잠간」 등이다. 여기 수록된 시편들은 대부분 ‘사력질’, 곧 ‘자갈돌’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들로 편성되어 있다.
여기서 ‘돌’의 이미지는 ‘자수정(紫水晶)의 환상(幻想)’이며 ‘강 건너 돌’의 세계를 지향한다고 한 이승훈(李昇薰)의 말과도 같이박목월이 제5시집『경상도의 가랑잎』에서 강 건너 저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었다면, 「사력질」에서는 “장갑을 벗으며/강 건너 돌을 생각한다”와 같이 강 건너에 존재하는 돌을 생각하고 있다. 결국 세계의 본질을 하나의 버려진 자갈돌에서 읽고, 시적 자아가 돌의 세계로 들어갈 때, 자아와 세계의 갈등(葛藤)이 해소되고 새로운 화해(和解)가 형성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시는 구체적 소재를 통해 집중된 형이상학적 사유를 전개하는 연작시로서의 의의를 지닌다. 또한 세계와의 불화를 극복하려는 열망이 반영되어 박목월의 시세계가 전환되는 면모의 일단을 보여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