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종의 국문 필사본이 있는데, 강전섭 소장본인 5권 5책의 「셜시ᄂᆡ범」, 서울대학교 규장각 소장본인 6권 6책의 「셜씨ᄂᆡ범서」,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인 2권 2책의 「셜시ᄂᆡ범셔」이다. 이 중 강전섭 소장본은 낙질본이다. 책의 머리에 제작 이유를 밝혀 놓은 ‘설씨내범서(薛氏內範序)’가 실려 있기 때문에, 책명이 ‘설씨내범서(薛氏內範書)’로 잘못 소개되기도 하였다.
행진(行眞)은 명나라 남경 땅 위씨 문중에 3남매 중 외딸로 태어난다. 행진은 지성으로 부모를 받들고, 형제 간에 우애 있게 지내며, 여공(女功)과 글 읽기에 힘쓴다.
그러다 아버지 위 시랑이 궁인 파씨를 첩으로 맞아들인다. 그러자 어머니 허씨가 이를 투기하여 별당으로 쫓겨가는 등, 집안의 불화가 야기된다. 그러나 행진은 어머니 허씨를 개과천선하게 하고, 파씨를 지성으로 섬겨 집안을 화평하게 한다.
행진은 19세에 설씨 문중으로 출가하여, 질투심이 강한 두 시어머니의 뜻을 잘 받들고 경박한 남편 설생을 성실히 내조하면서 참되게 살아나간다.
이 작품은 허구적인 소설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실제로 살아 있는 듯한 인물과 사건들을 작품 속에 잘 투영시켜 인물 묘사에 있어서 특징적인 면들을 보여 준다. 이 작품의 여주인공 행진은 초인적 능력의 인물도 아니며 천부적인 기재를 지닌 가인(佳人)도 아니다. 다만, 평범한 규수로 여자의 미덕을 고루 갖추었고 재주와 학식을 겸비한 전형적인 현모양처이다.
이 작품의 서문에서 보여 준 소설관과 작품 내용으로 보아, 작자는 상당히 유식한 인물로 여겨진다. 작품은카지노 꽁 머니C18C가 널리 보급된 영조대 이후에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심성도야를 통하여 누구나 참다운 본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설씨내범」은 접근성이 낮았던 여성교육서의 문제들을 소설의 흥미소로 극복하고자 하면서 규훈서의 외연을 확대한다. 그러는 한편 독서물로서의 소설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항하여, 소설 기법의 정교화나 흥미소 확대를 꾀하기보다 윤리적 당위성을 전면화하여 가치를 증명했다. 이러한 점은 소설 장르의 새로운 모색으로 평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