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포선행록」은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소설이다. 설포는 아버지가 재취로 맞이한 등씨와 그의 아들 설희의 갖은 음모에 시달리지만 효성으로 등씨를 섬겨 그들이 개과천선하게 한다. 모든 가솔들이 화목하게 영화를 누리던 중 흉노의 침입하자, 설포와 설희가 함께 왕명을 받고 적군을 크게 격파한 뒤 금의환향한다. 이복형제나 의붓어머니와의 갈등을 절대적인 효로 극복하여 그들을 개과천선하게 하는 이야기 전통에 충실한 한편 형제가 화해한 후 함께 군공을 세우는 이색적인 구성을 보인다.
1책. 국문 필사본. 김인구(金鱗九) 소장. 권말에는 필사 연대로 보이는 ‘계미사월상길일(癸未四月上吉日)’ · ‘을ᄒᆡ십이월이십구일필셔’라는 기록이 덧붙어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의 제작 연대는 다른군담소설(軍談小說)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으며, 전사된 연대는 19세기 말경으로 보인다.
후한 안제(安帝) 때 여남 땅에 사는 설수(薛壽)는 부인 목씨(穆氏)와의 사이에서 아들 포(包)를 얻는다. 그러나 목 부인이 죽자 설수는 다시 등씨(鄧氏)를 재취로 맞아 희(熙)를 얻는다. 등씨와 설희 모자는 천성이 간악하여 설포를 죽이려고 갖은 음모를 다 꾸민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설포의 친구인 황헌(黃憲)의 도움으로 설포는 위기를 모면한다.
설포는 유영건의 딸과 혼인하여, 등씨 모자의 온갖 악행에도 불구하고 효성으로 등씨를 섬기니 끝내는 등씨 모자가 개과천선한다. 이에 모든 가솔들이 한자리에 모여 갈등을 씻고 영화를 누린다. 그때 마침 흉노의 침범을 당하여 설포는 도원수, 황헌은 부원수, 설희는 첨절제사가 되어 왕명을 받고 싸움터에 나아가 적군을 크게 격파한다. 이들은 천자의 보상을 사양하고 금의환향한다.
이 작품은 이색적 군담소설로, 전반은 이복형제들의 갈등담으로, 후반은 영웅담으로 되어 있다.
이복형제 간의 갈등, 의붓어머니와 자식 간의 갈등, 효자와 효부가 의붓어머니의 박대를 견디고 끝까지 절대 효를 실행하여, 가족이 화해를 이루는 이야기는「창선감의록」이나 국문 장편소설 등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전통이다. 다만 이복형제들이 화해에 이른 뒤 이를 다시 나라를 구하는 힘으로 몰아간 구성은 독창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설포의 처 유씨의 고행이나, 유씨의 시비 반흥(班興), 등씨의 시비 통흥(通興) 등 보조 인물들의 성격은 개성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는 이 작품의 우수성을 입증해 준다.
또한, 문체에서 중국 고사를 인용하거나 문어(文語)로 표현하는 것을 가급적 피하고 일상적인 진솔한 구어(口語)를 사용하고 있는 점도 이 작품의 특색으로 지적할 수 있다.